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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뉴스룸이 직접 제작한 기사와 사진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손가락 터치 한 번으로 일상을 편리하게 하는 시그널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엔 ‘스핀오프(spinoff)’ 제도란 게 있다. 센터 소속 사내 벤처 프로그램 크리에이티브랩(Creative Lab, 이하 ‘C랩’) 과제 중 완성도 높은 아이디어로 시장 진출을 꿈꾸는 팀에 한해 스타트업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는 게 주된 내용. 오늘(17일)은 스핀오프 제도가 시행된 지 만 3년이 되는 날이다. 그간 삼성전자란 둥지를 떠나 저마다의 영역에서 비상 중인 기업은 모두 34개. 삼성전자 뉴스룸은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와 손잡고 이들 중 특히 눈길 끄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네 곳을 찾았다. 삼성전자에 근무할 때에도, 전도유망한 스타트업을 이끄는 지금도 창의성과 도전정신으로 충만한 이들의 얘길 릴레이 인터뷰 형태로 싣는다. <연재 순서> ①이놈들연구소 ②망고슬래브 ③쿨잼컴퍼니 ④링크플로우

밤새 소복이 쌓인 눈 위에 가장 먼저 발자국을 남기는 순간.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위에 새 길을 낸단 사실이 마냥 즐겁기도, 따라갈 발자국이 없어 헤맬지 모른단 마음에 불안하기도 하다. ‘C랩 1호 스핀오프 기업’ 이놈들연구소가 걸어온 길도 그렇다. 전에 없던 신기술을 들고 세상에 나온 이들이 모두 그렇듯 이놈들연구소도 끊임없이 구르고 깨지며 여기까지 왔다. 스타트업다운 패기와 창의성으로 매일 ‘새로운 내일’을 써내려 가고 있는 이놈들연구소의 도전기, 세 가지 키워드로 풀었다.

# 이놈들연구소를_소개합니다

‘1호’ 타이틀 아니었다면 고민 더 많았을 것… 조언 구하는 ‘스핀오프 후배’도 여럿 기술∙노하우 부족으로 사기 당하고 제품 출시도 지연… “정보가 힘” 부딪치며 배워 처음 시도한 크라우드펀딩서 45일 만에 16억 원 모금… “우리 저력은 1만 후원자”

“퇴사가 새로운 시작일 수 있을까?” C랩 시절 이놈들연구소 팀원들은 누구나 주저할 수밖에 없는 질문에 가장 먼저 답을 내리고 그걸 행동으로 옮겼다. 이날 인터뷰는 ‘스핀오프는 처음이라’ 고스란히 감내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역경, 그리고 최초 경험에 관한 얘기에서부터 시작됐다.

▲대기업에 종사하다 과감히 스타트업행(行)을 택한 이동환 팀장과 외식업 마케팅 부서에 몸담았던 김혜진 책임은 최현철 대표의 든든한 오른팔이다

▲대기업에 종사하다 과감히 스타트업행(行)을 택한 이동환 팀장과 외식업체 마케팅 부서에 몸담았던 김혜진 책임은 최현철 대표의 든든한 오른팔이다

C랩 스핀오프 1호 기업이잖아요. 안팎의 기대가 어마어마했을 것 같아요

최현철 누가 그러던데요, 1호는 ‘못 먹어도 고(go)’라고. (웃음) 1이란 숫자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잖아요. 저희도 스핀오프 1호 타이틀이 아니었더라면 고민이 좀 더 많았을 거예요. 반면 그만큼 부담도 많이 느껴요. 1호 기업이라 모두가 우릴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거든요. 실제로 꽤 많은 C랩 팀이 스핀오프를 앞두고 절 찾아오세요. “막상 나가보니 어떻더냐” “먹고살 순 있겠느냐” 같은 질문을 주로 던지시죠. 저흰 만날 사람도, 조언 구할 곳도 없어 힘들었거든요. 제게 연락하는 분들이 어떤 걸 고민하고 두려워하는지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뭐든 솔직히 말씀 드리려 해요.

Q. 3년간의 노력 끝에 양산을 시작하셨다고요. 처음 시도하는 것들이라 난관도 많았을 텐데요

최현철 기술 기반 제조 기업은 신경 써야 할 게 많아요. 공정이 워낙 다양한데다 각 과정을 함께하는 파트너(협력 업체)가 따로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사기도 여러 번 당했어요. 문전박대는 기본이고 어떤 곳에선 비용을 지불하고도 물건을 만들어 달라고 사정사정해야 하죠. 개발이 시작된 상태에서 문제가 생겨 제품 출시가 1년가량 지연된 적도 있어요. 금전적 손해만 10억 원쯤 봤죠. 제조사를 못 구해 원천 기술을 직접 개발하기도 했고요. 크고 작은 손해를 피하려면 일단 파트너 관련 정보를 최대한 확보해야 해요. 그래야 업체 평판 등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거든요. ‘알짜’ 정보일수록 자신만의 노하우로 쌓고 싶어하는 기업이 많은데, 다행히 C랩 출신들은 친형제 같은 느낌이라 정보 공유가 비교적 활발해요. 저 역시 지식 공유에 인색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고요. 스타트업 분야야말로 정보가 곧 힘이니까요.

킥스타터∙인디고고 등 해외 펀딩 사이트에서도 최고 기록을 세웠다

Q. 킥스타터∙인디고고 등 해외 펀딩 사이트에서도 최고 기록을 세웠다고 들었습니다

김혜진 당시 C랩 출신 기업 중 크라우드펀딩 경험을 갖춘 스타트업이 거의 없었어요. 공부 삼아 10억 원 이상 펀딩에 성공한 기업 페이지를 하나씩 분석했죠. 사진 배치나 동영상 길이, 프로젝트 시작 요일까지 전부 다요. 주말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고 월요일은 밀린 업무 처리에 바빠 그런지 대체로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구매 행위 빈도가 높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여러 조건을 분석한 후 화요일에 펀딩 페이지를 열었어요. 세 시간 만에 5000만 원이 모였고 45일 만에 16억 원 모금을 달성했죠. 국내 스타트업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기록이었지만 막상 그땐 모든 게 처음이라 경황이 없었어요. 그렇게 우릴 후원해주시는 분이 어느덧 1만 명을 넘어섰고, 요즘은 그분들에게 격주로 뉴스레터(국∙영문)를 보내 회사 소식을 전하고 있어요. 아이디어 하나만 보고 큰 돈을 선뜻 내놓았을 뿐 아니라 제품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주신 분들께 진행 상황을 소상히 알리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서요.

C랩 당시엔 ‘전류로 신경 자극하는’ 방식… 유해성 우려한 사용자에게 철저히 외면 오랜 시행착오 끝에 인체에 무해한 ‘가청 주파수대 진동’ 활용한 시그널 개발 성공 손 구성 매질 상이성 잘 연구하면 보안 분야에도 적용 가능… 관련 연구 이미 착수

시그널의 핵심 기술인 ‘손끝 통화’의 중심엔 ‘진동’이 있다. △ 전화가 오면 △ 시그널을 통해 음성 신호가 진동으로 변환되고 △ 해당 진동이 손끝에서 귀로 전달돼 소리가 들리는 원리다. 인체를 매질로 소리를 전달하는 만큼 내밀한 통화가 가능한 시그널, 그 속엔 어떤 기술이 녹아있을까?

▲이놈들연구소 팀원들이 손끝을 귀에 댄 ‘시그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놈들연구소 팀원들이 손끝을 귀에 댄 ‘시그널’ 포즈를 취하고 있다

Q. 시그널의 초기 모델은 진동 방식으로 구동되는 게 아니었다고요

최현철 C랩 출품 초기엔 지금과 달리 미세한 전류로 촉각 신경을 자극하는 방식이 적용됐어요. 열심히 프로토타입을 준비해 C랩페어[1]에 나갔는데 웬걸, 제품을 테스트해보려는 사람이 없었어요. 신경을 자극하고 몸에 전기가 흐를 수 있단 사실이 꺼림칙했던 거죠. 당시 큰 충격을 받았어요. ‘혁신적 기술과 좋은 기술은 별개구나!’ 새삼 깨달았죠. 사용자가 시도하지 않으려는 기술은 무용지물이란 사실도요. 그 일이 있고 나서 원점에서부터 다시 고민을 시작했어요. 당연히 최우선순위는 ‘인체에 무해한 매개체’였죠.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 분들은 물론,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던 대학 교수님도 여러 번 찾아 뵀어요. 그 덕에 ‘(초음파나 저주파와 달리) 실제 사람들이 편하게 인식할 수 있는 가청 주파수대 진동은 인체에 무해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그 원리가 적용된 게 지금의 시그널이고요.

Q. 진동 방식을 도입한 게 오히려 ‘신의 한 수’였던 셈이네요

최현철 네, 맞아요. 전기 자극 방식을 쓸 땐 손가락을 귀에 대지 않아도 소리가 들렸어요. 그러다 진동 방식으로 바꾸면서 손가락을 귀에 대는 방식이 등장했죠. ‘혁신성이 떨어진 것 아닌가’ 잠시 고민한 적도 있어요. 국내외 사용자 반응이 궁금해 설문 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는데 다행히 반응이 좋았어요. 허공에 대고 얘기하는 것보다 ‘통화 중’이란 걸 알리는 데 직관적인 몸짓이란 점에서 특히요. 진동에 특화된 개발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추가적 특성도 여러 가지 찾게 됐어요. 예를 들어 사람마다 뼈나 근육이 다르기 때문에 손을 구성하는 매질도 제각각이거든요. 같은 진동을 손에 가해도 사람마다 다른 신호가 전달되는 거죠. 이 원리를 잘 활용하면 지문∙홍채 인식처럼 보안 영역으로도 확장할 수 있어요. 기술이 상용화되면 자동차 문을 손으로 잡기만 해도 열 수 있죠. 요즘은 그런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데이터를 모으며 이런저런 실험을 해보고 있습니다.

사명 ‘이놈들(Innomdle)’은 “혁신(innovation)을 메들리(medley)처럼 잇겠다”는 선언 두 번째 제품은 ‘오픈 이어 컨트롤’ 기술 기반 넥밴드형 헤드셋… 7개월 만에 완성 최종 목표는 모든 임직원이 독립하도록 지원하는, ‘아카데미’ 같은 회사 만드는 것

이놈들연구소에서 ‘이놈들(Innomdle)’은 ‘이노베이션 메들리(Innovation Medley)’의 약자다. “메들리처럼 계속해서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겠다”는 선언이자 ‘한 가지 제품이 곧 그 회사의 전부’인 요즘 스타트업들의 시류를 거슬러보겠다는 의지가 담긴 작명이다.

‘오픈 이어 컨트롤(open ear control)’ 기술을 기반으로 한 넥밴드형 헤드셋

Q. “여러 제품을 메들리처럼 연이어 선보이겠다”는 목표가 독특합니다

최현철 주력 상품으로 밀던 아이템이 삐걱거려 회사 경영 전체가 힘들어지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봤습니다. 전 “기획부터 제품 생산까지의 플랫폼과 절차가 탄탄하면 어떤 기업이든 혁신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 스스로도 지난 3년간 그 바탕을 만들려 노력했고요. 그렇게 기술 개발 로드맵을 다져놓은 덕인지 출시하기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린 시그널과 달리 두 번째 제품은 7개월 만에 완성할 수 있었죠.

Q. 메들리의 핵심이 ‘혁신’인 만큼 신제품에도 새로운 기술이 여럿 담겼을 것 같은데요

이동환 저희의 차기작은 ‘오픈 이어 컨트롤(open ear control)’ 기술을 기반으로 한 넥밴드형 헤드셋이에요. 기존 블루투스 이어폰엔 없는 기술이죠. 보통 이어폰을 착용하면 차 지나가는 소리 등을 듣지 못해 위험한 상황에 부닥치곤 하잖아요. 우리 제품은 그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주변 소음을 자연스레 들리게 해줍니다. 조깅할 때 특히 유용하죠. 음악 소리를 강제로 줄여 외부 소릴 듣게 하는 앰비언트(ambient) 기능과는 그 성격이 좀 달라요. 이 밖에 주변 소음을 줄여주는 ‘노이즈 캔슬링(noise cancelling)’ 기능도 탑재해 소음이 많은 대중교통 이용 상황도 고려했어요. 음악을 깨끗하게 듣고 싶을 땐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밖을 거닐거나 외부 활동을 할 땐 오픈 이어 컨트롤 기능을 각각 쓸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이놈들연구소 단체사진

Q. 벌써 창업한 지 3년이 흘렀습니다. 앞으로 이 메들리를 어떻게 이어갈 생각이세요?

최현철 회사 규모를 넓혀가기보다 팀원들이 각자 분사해 자기 회사를 다시 창업하도록 돕고 싶어요. 제가 삼성전자에서 기회를 얻어 스핀오프할 수 있었던 것처럼요. 제가 면접 볼 때 항상 던지는 질문이 지식 공유에 대한 소신이에요. 자신이 아는 걸 나누는 데 인색한 분은 뽑지 않습니다. 제가 꿈꾸는 ‘이노베이션 메들리’는 모든 지식이 원활히 순환돼야 비로소 완성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전 이놈들연구소가 임직원 개개인의 관심 분야별 창업 역량 배양을 지원하는, 아카데미 같은 회사였으면 해요. 그렇게 운영하다 보면 새로운 주기(cycle)가 생기지 않을까요?

이놈들연구소가 말하는<작게> “스핀오프, 이래서 계속돼야 한다”

스핀오프를 고민할 당시, 주변에선 ‘새로운 형태의 권고사직 아니냐, 하지 말아라’란 만류가 많았어요. 그런데 당시 한 경영진께서 해주신 말씀이 크게 와 닿았어요. “삼성전자에서 만들어지는 기술이 무척 많은데 그중 상당수는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된다. 난 그 가운데 유독 반짝이는 아이디어, 그리고 그 아이기어에 가장 애착을 보이는 임직원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 정글 같은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5년, 10년 강인하게 자라다 보면 어느 순간 삼성전자의 든든한 파트너가 돼있을 것이다.” 전 그 경영진의 말씀에서 스핀오프 제도 속 ‘상생’ 메시지를 읽었습니다. 스핀오프가 계속돼야 하는 이유,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이놈들연구소가 물었다, “망고슬래브, 스핀오프 후 어떤 게 가장 좋았어요?”

※다음 연재는 8월 21일(화) ‘망고슬래브’ 편입니다


[1] C랩 과제 팀들이 각자의 아이디어를 사내에 선보이는 행사



자료출처 : 삼성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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