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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란을 얼마만큼 아는가?

- 정상외교사절단 현지 방문 이후 이란 바이어 반응 및 현지 시장 상황에 대한 고찰 -

 

박재영 KOTRA 테헤란 무역관 과장

 

 

 

2016년 5월 1일, 1962년 10월 23일 양국 수교 이래 우리나라 대통령이 처음으로 이란을 전격 방문했다. 한때 ‘악의 축’ 국가 중 하나로 인식됐던 이란이 서방과의 대화에 전면적으로 나서면서 2015년 7월 14일 핵 협상 타결, 2016년 1월 16일 경제제재 해제가 됐고, 마침내 우리나라 대통령이 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과 함께 이란을 방문한 것이다. 현지 언론은 대통령 방문 이전부터 연일 정상 방문을 두고 많은 관심을 보였다. 경제제재 기간 중 유럽산의 현지 시장 철수로 이란인들은 한국 제품을 고급제품으로 여겨왔던 터라, 대통령과 동행한 경제사절단에 대해서도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을 보였다. 이는 5월 2일에 개최된 한·이란 비즈니스 상담회에도 고스란히 이어졌으며, 우리나라 기업 123개사와 이란 바이어 494개사가 참가해 행사장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많은 이란 바이어는 한국 제품을 고급제품으로 여긴다. 삼성, LG는 현지 휴대폰시장과 가전시장을 주름잡고 있고, 우리나라 자동차 또한 품질이 우수하며 유려한 디자인을 갖춘 차량으로 본다. 뿐만 아니라 이란 바이어는 한국의 최첨단 기술과 품질에 대해서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언제나 우리나라 기업에 요청하는 사항은 기술이전일 정도로 그 관심이 지대하다. 정상외교사절단 순방 이후 이란 바이어는 우리 기업과의 관계 확장 및 거래 타진을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고, 현지에서 개최되는 관련 전시회에도 많이 참가한다. 경제제재 해제 이후 서방, 특히 유럽국이 제재 이전에 누려왔던 현지 시장을 탈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미 우리나라 제품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산업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 이유는 이란 특유의 문화, 우정 및 의리문화에서 기인하기도 하지만 제재기간 한국산에 대한 평가가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제재 이전부터 이란 바이어는 전통적으로 유럽 및 미국산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높았다. 부유층은 제재기간에도 회색시장 또는 밀수를 통해 유럽 제품을 구매해 사용해 왔고, 중산층 이상은 구매력 부족, 제품 A/S 등을 이유로 대안이 마땅치 않아 우리나라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점들을 볼 때 우리나라는 유럽기업의 현지 시장 철수기간 동안 그 반사효과를 톡톡히 누려왔던 점에 대해서는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자의 또는 타의로 형성된 ‘한국산 프리미엄’은 앞으로 어떻게 유지 및 확장시켜야 할까? 그 답은 이번 정상외교사절단 이후 이란 바이어 반응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현지 대통령 방문 이전 무역관에서는 주요 산업별 바이어를 대상으로 두 차례 한국산 제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이란 바이어는 한국산에 대한 품질은 인정하면서도 가격경쟁력 부족, 제품 판매 및 거래 이후 제품 A/S와 사후관리에서 미흡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품질이 유럽산에 비해 부족한데도 가격은 유럽산과 엇비슷하거나 오히려 높다는 의견도 많았으며, 대금 결제 이후 한국 기업의 사후관리가 부실하다며 거래선을 변경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반응도 더러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은 우리 기업들이 깊이 고민해야 하는 점이며, 빗장이 풀린 이란 시장을 선점, 진출, 기존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가기 위해서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이다. 또한, 현지 시장 상황과 이들의 상관습, 문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진출을 시도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경제제재가 해제됐다곤 하지만 이란은 싫으나 좋으나 국가 경제가 석유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오랜 저유가 기조로 말미암아 정부 재정이 현재까지도 충분하지 못하다. 이에 따라 이란 정부 및 민간의 실질 구매력은 우리나라 기업의 생각보다 높지 않다. 경제제재 해제의 실질효과, 즉 이란 경제가 선순환 구조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J-커브 효과와(환율이 상승할 때 처음에는 오히려 경상수지가 악화되다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경상수지가 개선되는 효과) 마찬가지로 이해하면 쉬울 것이다. 이는 외국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에게는 대이란 시장 진출에 어느 정도 준비시간이 주어졌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이란 경제가 정상궤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이란 자체적으로 풀어야 할 내·외부적 변수도 분명 있겠지만, 무엇보다 생각해야 할 점은 이란은 약 10년간 경제제제라는 긴 터널을 지나왔다는 점이다.

     

이런 현지 상황 및 시장 반응을 보면 우리 기업은 안정적인 이란 시장 진출을 위해 무엇보다 호흡을 길게 가져가야 할 것이다. 무작정 호흡을 길게 가지라는 말이 아니다. 이란 시장 상황과 특유의 비즈니스 관습 및 문화를 제대로 이해해야 하며, 이란 바이어가 정말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찰, 현지 경제 상황에 맞춘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실물경제가 반드시 이론처럼 흘러가는 것은 아니겠으나, 기본적으로 양국 무역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절대·상대우위론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상대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우리가 절대·상대적으로 강점을 가진 사항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정상이 현지를 방문했다하여 갑자기 없던 성과가 나타날 수는 없다. 이란인은 중국 상인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페르시아 상인의 자손들이다. 절대로 자신들이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요구조건, 구매력, 예상할 수 있는 미래의 실질적 수익이 부합 또는 명확하지 않다면 그 어느 기업과도 거래를 하지 않는다. 또한, 무턱대고 기존 거래선을 두고 이때다 싶어 문어발식 거래선 확장을 하는 것 또한 대이란 시장 진출에 역효과다. 이란 비즈니스 문화는 의리문화이다. 한 번 맺은 관계가 틀어지지 않는 한, 이들은 기존 관계를 유지 및 확장시켜 나가고 싶어 한다. 실제로 현지 이란 바이어는 이런 점을 비즈니스 관습에서 높은 덕목으로 생각한다. 페르시아 상인의 후손이라 셈에만 빠른 사람들이라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몇몇 우리 기업은 기존 거래선을 두고 새로운 파트너를 찾으려다 기존 거래선의 항의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수다스러운 페르시아 상인 사회는 소문이 빠르다는 점 또한 명심해야 한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이란 시장 진출에 걸림돌은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경제재재 하에 있었다는 점, 이로 인해 잘 알려지지 않은 현지 여건 및 이들의 생각, 문화 등 우리가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서는 충분한 이해와 공부가 필요하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대통령 방문 효과를 발판삼아 한 때나마 대제국을 건설했던 페르시아, 이란 상인과의 거래 성사까지는 마라톤이라 생각하고 그 발걸음을 꾸준히, 그렇지만 늦지 않게 옮겨야 할 것이다.

 



자료출처 : KOTRA 글로벌윈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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