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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우리나라에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는 VR가 있다. 지난해 하반기는 전국에 있는 IT 업체에 VR 개발 붐이 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은 기업이 VR시장에 뛰어들었다. VR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개발사도 늘었고 대형 게임 개발사도 VR 개발에 착수했다는 소식이다.

VR스포츠 개발 기업 ‘앱노리’ 이현욱 대표.
VR스포츠 개발 기업 ‘앱노리’ 이현욱 대표.

지난 2016년, 그러니까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VR 개발 붐이 일기 1년 전 먼저 VR 분야에 뛰어든 사람이 있다. 우리나라 VR스포츠 개발 기업 중 선두를 달리는 ‘앱노리’의 이현욱 대표다. 이 대표는 앱노리를 만들기 전 인배디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회사에서 근무했다. 2010년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이 국내 시장에 상륙하면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시장에 관심이 생겼다. 나름대로 시장을 분석해보니 앱스토어 시장에 진출하면 승산이 있어 보였다. 결심이 서자 행동은 자연히 빨라졌다. 과감히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1인 기업을 세워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운이 좋게도 이 대표가 만든 앱은 우리나라 전체 유·무료 앱을 통틀어 1등을 차지했다. 이 점을 높이 샀는지 ‘드래곤플라이’, ‘별이 되어라’ 등 모바일 게임을 만드는 기업 ‘게임빌’에 지분투자를 받으며 앱노리의 바탕이 만들어졌다.

앱노리는 애플리케이션의 ‘앱’과 놀다의 ‘노리’를 더해 만든 이름이다. 모바일 게임을 만들던 앱노리는 2015년 서울에서 부산으로 사업장을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VR 콘텐츠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유튜브나 기사로 VR에 대한 정보를 보다가 ‘이거다!’ 싶었다.

쉽고 재미있고 실감나는 콘텐츠 개발에 주력

“VR 정보를 찾다가 승산이 있어 보여서 바로 뛰어들었죠. 처음 창업을 했을 때처럼 말이에요. 그런데 VR 장비를 구할 수 없는 거예요. 지금이야 VR가 각광받는 기술이지만 그때는 VR가 세간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니까요. 수소문 끝에 VR 제조사인 오큘러스에 직접 연락을 했어요. 너희가 개발키트를 보내주면 우리가 멋진 게임을 만들어보겠다고 사정했죠. 그렇게 장비를 구해서 VR스포츠 개발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왜 VR스포츠였을까? VR스포츠는 장점이 많은 장르다. PC나 모바일 스포츠 게임은 단순히 타이밍을 맞추거나 유저가 3인칭 시점에서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게 전부였지만 VR스포츠는 직접 몸을 움직이기 때문에 실제 운동 하듯이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그러다 보니 단순히 게임뿐 아니라 건강관리까지 함께할 수 있다. 무엇보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

VR스포츠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는 앱누리 직원들 ⓒC영상미디어
VR스포츠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는 앱누리 직원들.(사진=C영상미디어)

앱노리가 처음 만든 VR 콘텐츠는 ‘베이스볼 킹즈 VR’다. 베이스볼 킹즈 VR를 만들 당시만 해도 대형 개발사에서 야구 게임을 잇달아 출시했을 시점이었다. 앱노리는 캐주얼하고 귀여운 미니게임 형식으로 제작해 대형 게임회사와 색깔이 다른 게임을 만들었다. 틈새시장을 노려서인지 반응도 좋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반응이 좋았지만 미국, 일본, 대만처럼 야구가 전 국민적인 스포츠인 해외에서도 좋은 호응을 얻었다. 베이스볼 킹즈 VR는 다운로드 건수만 100만이 넘는다.

베이스볼 킹즈 VR 이후는 심플하고 쉬운 스포츠 게임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앱노리가 만든 탁구 VR ‘핑퐁 킹즈 VR’를 예로 들어보자. 개발 초기에는 탁구공의 사실적인 움직임을 표현하는 데 포커스를 맞췄다. 그러다 전시회나 박람회에 참가해 핑퐁 킹즈 VR의 베타 버전을 테스트했다. 탁구 VR를 신기해하던 사람들은 생각보다 게임이 어렵고 자꾸 지자 금방 싫증을 냈다. 그 모습을 보고 사실적인 묘사에 집중해 개발하는 데서 벗어나 쉽고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쉽고 재미있는 VR스포츠 개발에 몰두한 지 2년여가 흐른 지금은 야구, 탁구, 복싱, 테니스, 배드민턴, 양궁, 스쿼시 등 7개 종목 VR스포츠 게임을 개발했다. 특히 복싱은 필리핀의 세계적인 복서 매니 파퀴아오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가상현실에서 파퀴아오와 대결할 수 있는 복싱 게임을 개발하는 중이다.  

앱노리가 VR스포츠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하다 보니 정부지원 사업에도 여러 번 선정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첨단융복합제작지원사업 VR 부문’에 2년 연속 선정됐고, 앱노리 사업장이 있는 부산정보산업진흥원에서 ‘부스타’에 선정돼 지원을 받기도 했다. 부스타는 부산형 혁신 모바일 게임 콘텐츠 개발 지원 사업을 말한다.

승승장구하는 앱노리도 아쉬움이 있다. 날이 갈수록 커지는 VR시장에 비해 VR스포츠 시장의 규모는 작은 편이다. 때문에 VR스포츠를 전문으로 개발하는 앱노리 같은 기업은 콘텐츠로 매출을 내는 게 쉽지 않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개발사가 섣불리 VR 콘텐츠 개발에 뛰어들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VR시장만큼 VR스포츠도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에요. 하지만 투자나 정부지원 사업은 매출이나 재무재표를 우선으로 보기 때문에 이제 막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VR스포츠 업계 종사자들이 투자를 받기에는 구조적으로 어려움이 있어요. 아직 시장이 작은 미래 신사업에 정부가 과감하게 투자를 해줬으면 합니다.”

VR 콘텐츠 정부지원 프로그램

[위클리공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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