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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내리쬐는 햇살과 곳곳서 눈에 띄는 초록빛이 봄이 왔음을 알린다. 봄바람이 코끝을 스칠 때면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떠나야만 할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겨울과 봄을 오가는 꽃샘추위가 아직이지만, 이 변덕스러움 끝에는 싱그러움 가득한 달이 기다리고 있다. 다가오는 4월 바다 향 머금은 제철 해산물 요리를 찾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반짝이는 은빛 바다는 덤이다. 

완연한 봄을 코앞에 둔 3월의 어느 날, 해산물 특유의 비릿한 달큰함이 떠올라 경북 영덕으로 향했다. 서울 광화문에서 출발해 뻥뻥 뚫린 도로 위를 네 시간쯤 달렸을까. 영덕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이정표가 나타났다. 이정표를 따라 조금 더 속도를 냈다. ‘대게의 고향’이라 불리는 지역답게 대게 형상의 커다란 조형물이 철근 구조물 위로 걸터앉아 있다. 동해안의 작은 어촌마을, 일명 ‘영덕대게마을’ 어귀다.

강구항 뒤편으로 펼쳐진 해파랑공원에는 대게 형상의 조형물이 있다.(사진=C영상미디어)
강구항 뒤편으로 펼쳐진 해파랑공원에는 대게 형상의 조형물이 있다.(사진=C영상미디어)

영덕대게마을은 강구항을 따라 100여 개의 대게 상가가 밀집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대게 거리가 형성된 곳이다. 일반적으로 대게 철이라고 여겨지는 매년 11월부터 5월까지 이 마을에는 영덕대게만을 찾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러나 조금 이른 방문이었나 보다. 거리를 가득 메운 인파 대신 삼삼오오 모여든 가족 단위 또는 동호회 단위 관광객들이 눈에 들어왔다. 봄을 시샘하는 동장군의 기세가 여전히 매서운 점도 한몫했을 것이다.

승용차가 빠듯하게 오고 갈 수 있는 너비의 길목에는 영덕대게 간판을 내건 식당들이 즐비하다. 촘촘하게 이어진 식당 사이로 대게를 찌는 김이 자욱하게 피어오른다. 대게를 맛보기도 전이건만 속살 내음이 훈김을 타고 끼쳐온다. 여느 관광지나 마찬가지겠지만 식당 입구로 나와 손님을 맞기 위한 상인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골라 먹는 재미’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차림비 없음’, ‘20년 전통’, ‘매운탕 서비스’ 등 식당마다 걸어둔 플래카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솔직히 말하면 결코 착한 가격대는 아니다. 대게는 크기보다 속살이 얼마나 찼느냐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데, 가격만 따지면 구매가 망설여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구매 팁을 한 가지 제안한다면 강구항 끝자락에 위치한 동광어시장으로 가는 것도 괜찮다. ‘난전’으로 통하는 이곳에서 구입한 대게를 들고 시장 건물 2층이나 인근 식당으로 가서 찜 값과 상차림 비용만 내면 신선한 대게를 맛볼 수 있다. 음식점 맞은편 노란 리어카 위로 수북이 쌓인 대게를 구입하는 방법도 있다.

어시장 한편에 놓인 수족관에 ‘대게 목욕탕 남탕’이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대게가 수족관에 몽땅 들어 있는 모습을 유쾌하게 표현했거니 했는데 웬걸, 실제로 수게만 잡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시장 상인은 “암게나 어린 대게를 불법 포획하면 마리당 벌금을 내야 한다”며 “이 수족관은 진짜 남탕이다”라고 말했다.

대게 중의 대게는 따로 있다. 살이 꽉 차 박달나무처럼 야물다고 해서 박달대게라고 부른다. 살이 어찌나 많은지 찌기만 해도 절로 껍질이 벌어지는 게 특징이다. 다리 끝부분을 부러뜨린 뒤 다리 껍데기를 길쭉하게 잘라서 살만 빼 먹어도 되고, 다리 끝마디를 부러뜨려 마디에 달린 속살을 잡아당겨도 된다. 게딱지에 있는 내장을 긁어 밥과 참기름, 김가루 등을 넣고 비비면 쌉싸래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냉각수에 씻은 대게의 속살을 끄집어내 얼음 가득한 물에 넣고 10분쯤 지나면 눈꽃처럼 살이 피어오르는 대게회는 별미다. 한 식당 주인은 “대게와 홍게 모두 찌면 붉은색을 띠어 혼동하기 쉽다”며 “홍게는 게딱지 좌우 양쪽에 작은 가시가 있으니 그 점으로 구별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소셜 네트워크서비스에서 ‘영덕대게마을에서 꼭 먹어야 하는 간식’으로 유명한 대게빵을 지나칠 수 없었다. 대게 살과 대게 가루가 섞인 밀가루 반죽 안을 팥 앙금으로 채운 뒤 대게 모양 틀에 그대로 구워낸 빵이다. 붕어빵 맛을 상상했다면 부족하다. 반죽 때문인지 생선 향과 함께 새우 맛 과자를 씹는 기분이었다.

강구항을 따라 100여 개의 대게 상가가 밀집해 있다.
강구항을 따라 100여 개의 대게 상가가 밀집해 있다.

(왼쪽) 5 매년 11월부터 5월까지는 대게 살이 차오르는 제철이다. (오른쪽) 대게 살과 대게 가루가 섞인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대게빵.
(왼쪽) 매년 11월부터 5월까지는 대게 살이 차오르는 제철이다. (오른쪽) 대게 살과 대게 가루가 섞인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대게빵.

두 눈에 담아내는 푸른빛 바다

영덕에서 대게만 먹고 돌아갈쏘냐. 길옆으로 뻗은 해안선을 따라 걸으며 푸른 바다를 두 눈에 담는 여정은 꼭 챙겨야 한다. 우선 강구항 바로 뒤편으로 펼쳐진 해파랑공원을 추천한다. 공원 주변으로 파도가 달려와 방파제에 철썩 부서지는 장면은 장관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대게 모양의 황금색 대형 조형물 앞에서 사진 찍기도 권한다.

사색하기 딱 좋은 푸른 길 블루로드도 있다. 영덕대게공원에서 축산항을 거쳐 고래불해수욕장에 이르는 약 64.8km 구간이다. 산길도 있지만 대부분 바다를 끼고 걷도록 만들어져 확 트인 동해바다를 마음껏 호흡할 수 있다. 승용차로 지나칠 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영덕의 숨은 아름다움을 새록새록 다가든다. 블루로드는 A, B, C, D 네 개 코스로 구성됐으나 당일로 걷기에는 B코스(15.5km)를 선택하는 편이 좋다. 어른 걸음으로 다섯 시간 정도 소요되니, 전 구간을 걷는 게 부담된다면 바위 사이마다 나무 데크로 연결된 구간만 걷는 것도 나쁘지 않다. 갖가지 생선과 오징어를 말리는 모습, 그물을 손질하는 모습 등 어촌마을 일상 하나하나가 신기한 구경거리이다 보니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버린다.

영덕해맞이 공원 산책로 중간 데크길에 올라서면 동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영덕해맞이 공원 산책로 중간 데크길에 올라서면 동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강구항 앞 선박 주변으로 그물을 손질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강구항 앞 선박 주변으로 그물을 손질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바다 풍경에 조금 지루해졌다면 해맞이공원 뒤편 언덕, 끊임없이 돌아가는 하얀 풍력발전기가 자아내는 이국적인 분위기에 취해보자. 영덕은 해안을 끼고 있어 사계절 내내 바람이 많이 부는 입지적 조건 덕에 풍력발전단지가 건설됐다. 높이 약 80m의 풍력발전기 24기가 설치돼 연간 2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하늘 높이 솟은 풍력발전기 앞에 서면 그 웅장함에 압도되는 느낌이다. 거대한 바람에 떠밀려 걷는 듯한 기분은 꽤 색다르다. 풍력발전단지 내 조성된 신재생에너지전시관을 둘러보며 환경의 중요성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몸소 느끼는 경험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다시 강구항으로 돌아오는 길목, 지친 두 다리를 쉬일 수 있는 카페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모 TV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이곳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시를 쓰는 장면이 등장한 적 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 들어서면 몇 마디 끼적이고 싶은 기분이 든다. 그 순간의 기분을 메모하는 것도 운치 있다. 

영덕의 접근성이 보다 좋아진 점도 이곳을 찾을 만한 이유다. 지난해 말 당진~영덕고속도로가 개통된 데 이어 지난 1월 포항~영덕을 운행하는 동해선 철도가 개통됐다. 포항에서 영덕까지 소요시간은 34분. 또 서울에서 KTX와 동해선을 타면 세 시간 만에 영덕에 닿으니 당일 여행 코스로도 손색없다.

싱그러운 봄 바다 즐기고 제철 음식도 마음껏 4월 봄바다 여행



영화 ‘국제시장’ 실제 주인공이 사는 남해 독일마을

남해 독일마을

남해 독일마을은 1960년대 가난 때문에 독일에 광부, 간호사로 파견됐던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이 일군 마을이다. 쪽빛 남해 바다를 배경으로 흰 벽과 주황색 지붕이 연출하는 이국적인 느낌 덕에 전국적인 관광지가 됐다.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인 독일광장에 서면 2000여 그루의 방풍림으로 조성된 물건방조어부림(천연기념물 제150호)이 멀리 한눈에 들어온다. 2014년에는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삶을 고스란히 재현한 남해파독전시관도 들어섰다. 전시관을 관람하다 보면 영화 ‘국제시장’에서 배우 황정민(덕수)과 김윤진(영자)이 연기했던 장면이 겹쳐 보이는 기분마저 든다.

이곳을 여행지로 결정했다면 멸치요리를 반드시 맛보라고 권하고 싶다. 멸치가 많이 잡히는 남해에서도 귀한 대접을 받는 건 ‘귀족멸치’라 불리는 죽방멸치다. 향긋한 미나리와 양파 등 갖가지 채소를 넣고 초고추장으로 버무린 멸치회 한 젓가락이면 집 나간 봄철 입맛도 되돌아올 것이다. 

쑥 향 더해진 보석 같은 섬 통영 소매물도

통영 소매물도

따스한 봄날 쑥 향을 만끽하고 싶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이 품은 보석 같은 섬, 통영 소매물도다. 소매물도는 통영항에서 동남쪽으로 26km 떨어진 아주 작은 섬이다. 대매물도, 소매물도, 등대섬, 이 세 곳을 통틀어 매물도라고 하는데 소매물도는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소매물도에서 바라본 등대섬의 풍경은 통영 8경 중 하나로 꼽힐 만큼 빼어나다. 두 섬 사이 해안 암벽은 남해 제일의 비경이라 해도 아깝지 않을 만큼 장관이다. 썰물 때면 소매물도에서 등대섬까지 50m 바닷길이 열려 몽돌밭을 걸어 두 섬을 오갈 수 있다. 소매물도 여행을 계획할 때 미리 물때 시간표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는 길은 통영항 여객터미널에서 하루 3번(평일 기준, 주말 증항) 출항하는 여객선을 타면 된다. 선착장 주변에 횟집과 펜션이 있어 식사와 숙박 걱정은 덜어내도 된다.

별미로는 도다리쑥국을 추천한다. 쑥 향이 코를 간질이고 통통한 도다리 흰 살은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도다리는 산란기가 끝나고 살이 차오르기 시작하는 4월에 가장 맛이 좋다고 하니 이때를 놓치지 말자.

바다와 풍차가 있는 거제 바람의언덕

바람의 언덕

바다를 향해 돌출된 동그란 언덕 위에 365일 풍차가 돈다. 사방으로 탁 트인 바다 전망은 상쾌하기 그지없다. 거제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로 손꼽히는 ‘바람의언덕’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한없이 넓고 고즈넉하다. 섬과 등대는 물론 바람마저도 한적해 보일 정도다.

뭐니 뭐니 해도 이곳의 명물은 바다와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을 그려내는 풍차다. 풍차 앞으로 펼쳐진 초록빛 잔디의 산책로를 걸으며 바다를 조망하는 기분은 말로 형용할 수 없다. 바람의언덕 반대편 해안에는 빼어난 경관의 신선대가 자리 잡고 있다. 수평선을 배경으로 바다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절경은 일품이다. 신선대까지 이어지는 나무 데크 길을 따라 다녀오기도 쉽다.

4월에 이곳을 찾아야 하는 이유로 멍게비빔밥을 이야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제철인 4~6월에 채취한 멍게를 잘게 다져 간을 한 다음 저온에서 숙성시킨 뒤 먹기 직전 살짝 얼려 따끈한 밥에 쓱쓱 비벼먹으면 단연 최고다. 비빔밥과 함께 나오는 맑고 담백한 생선국도 빼놓을 수 없다. 주로 도다리, 노래미, 우럭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비린내 없이 개운하다.

해돋이 못지않은 봄날의 아름다움 울산 간절곶

울산 간절곶

울산 간절곶이라고 하면 해돋이 명소로만 떠올렸을 것이다. 한반도에서 가장 일찍 해가 뜨는 곳으로 알려져 해마다 1월 1일이면 첫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도 북적인다. 하지만 해돋이가 아니어도 간절곳에 갈 이유는 충분하다. 화창한 봄날 오후의 간절곶은 일출 감상 못지않은 감동을 선사한다. 소풍을 즐기기 좋은 넓은 잔디가 있고 등대와 풍차, 커다란 우체통이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5m 높이의 소망우체통은 1970년대 사용한 옛 우체통을 본떠 2006년에 제작한 것이다. 실제로 우편물 수거가 이뤄지는 진짜 우체통이다. 인근 매점이나 카페에 무료 엽서가 비치돼 있으니 소중한 사람에게 기념엽서를 전달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입맛의 감동도 더하고 싶다면 장생포 고래고기, 언양불고기, 활어회를 권한다. 특히 울산의 별미인 고래고기는 수육, 육회, 비빔밥 등 여러 방법으로 먹어보자.

유채꽃 물결과 함께 봄이 열리는 곳 제주 섭지코지

제주 섭지코지

제주 동부 해안에 볼록하게 튀어나온 섭지코지는 제주에 봄이 왔음을 알리는 대표 명소다. 들머리의 신양 해변 백사장, 끝머리 언덕 위 평원의 유채꽃밭, 아찔한 해안 절벽 등 아름다운 자연이 종합선물세트처럼 펼쳐진다.

섭지코지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코지 끝 언덕 위에 올라 유채꽃 물결 사이를 거닐며 성산일출봉 장관을 마주하는 것이다. 이곳 유채는 푸른 바다와 어울려 다른 어느 곳보다 선명하다. 섭지코지 산책 후에는 글라스하우스와 유민미술관을 둘러봐도 좋다.

제주 여행은 절반이 음식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먹거리가 풍부하다. 무엇보다 4월 중순부터 여름까지가 제철인 성게는 반드시 맛보자. 성게미역국과 참기름 향 고소한 성게비빔밥이 별미다.

사진제공 · 한국관광공사

[위클리공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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