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 배병우 작가는 현장에서 다양한 인터렉티브(Interactive) 효과를 제안하는 등 ‘더 프레임’을 활용한 협업에 열정적이었다

▲ 배병우 작가는 현장에서 다양한 인터렉티브(Interactive) 효과를 제안하는 등 ‘더 프레임’을 활용한 협업에 열정적이었다

“여기서 비를 한 두 방울 떨어뜨리면 어떨까요? 아니면 나뭇잎이 살짝 흔들리든지. 조금만 변화를 주면 정적이면서 예술적인 게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보는 사람이 눈치 챌듯 눈치 채지 못하게, ‘이건 뭘까’하고 가만히 들여다 보게 되는 그런 것 말이죠.

그는 열정적이었다. 지금의 기능과 기술을 넘어선 다양한 협업을 제안하며, 비디오 아트에 대한 새로운 도전의 의지를 내비쳤다. 카메라 셔터를 처음 누른 지 올해로 48년. 국내를 넘어 세계를 누비는 배병우 사진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앞에 두고 이리저리 변주를 꾀한다. 지금 그가 바라보고 있는 사진은 그냥 액자(프레임)가 아닌 삼성전자 라이프스타일 TV ‘더 프레임’ 속에 담겨있다.

▲ 한국의 서정이 물씬한 배 작가의 ‘소나무’ 시리즈 중 하나. 이 작품은 영국 가수 엘튼 존이 구입해 화제가 되었다

▲ 한국의 서정이 물씬한 배 작가의 ‘소나무’ 시리즈 중 하나. 이 작품은 영국 가수 엘튼 존이 구입해 화제가 되었다

배 작가의 우직한 소나무가 삼성전자 ‘더 프레임’에 들어왔다. TV가 꺼진 화면에 예술 작품을 띄울 수 있는 ‘더 프레임’의 ‘아트모드’에 자신의 대표작 8점을 제공한 것. 산과 바다를 누비며 수십 년간 필름 카메라를 고수해 온 배 작가의 작품과 디지털 TV의 생소한 조우. 배 작가를 만나기 위해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을 찾았다.

어떤 것을 찍어도 배병우답게

'더 프레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배 작가의 모습

잿빛 콘크리트 건물 두 개가 이어진 배 작가의 스튜디오. 2층에 위치한 서재에 들어서자 스탠드 위에 놓인 소나무 사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1984년 낙산사 소나무를 보는 순간 “아, 이게 바로 한국이구나” 하고 느낀 후 지금까지 한길만을 걷고 있다는 배 작가. 인터뷰가 시작되자 휴대폰 속에 저장해 놓은 한 장의 사진을 보여준 그는 대뜸 질문을 던졌다. “여기가 어디일까요?”

배병우 작가의 휴대폰으로 촬영한 깐느의 호수

해 질 녘 호수와 키 작은 소나무들이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의 느낌을 풍기는 이곳은 프랑스 칸(Cannes)에 위치한 작은 섬이라고 했다. 소나무는 당연히 동양의 나무라고 생각한 많은 이들이 세계 곳곳의 소나무를 찍은 그의 사진을 보고 놀라움을 표한다고 한다. “세계의 소나무는 지역 특색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있어요. 하지만 제가 찍으면 모두 배병우만의 동양적인 느낌과 선을 갖게 되죠. 제가 오랫동안 소나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동양미를 가득 품은 그의 사진은 세계 유명 컬렉터들이 앞다퉈 살 만큼 명성을 얻고 있다. “자기가 난 땅을 무시해서도 안 되고, 집착해서도 안 돼요. 전통을 해석해서 세계 언어로 전달해야 합니다”라는 배 작가의 고집이 고스란히 담긴 결과다.

▲ 나무만큼 ‘바다’를 사랑하는 배 작가가 1996년에 촬영한 제주 바다

▲ 나무만큼 ‘바다’를 사랑하는 배 작가가 1996년에 촬영한 제주 바다

삼성이 배 작가와 협업을 추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세계에서 서비스하는 ‘아트모드’에서 한국의 대표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게 그였기 때문. 삼성전자의 제안을 받은 배 작가 역시 “TV를 벽에 거는 것만으로도 미술관에 온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재미있었어요. 예술을 대하는 새로운 개념이 될 것 같습니다”라며 작품 제공을 흔쾌히 수락했다.

엄선 또 엄선소나무·종묘 8점 더 프레임’에 펼쳐지다

▲ 배 작가가 ‘더 프레임’에 띄울 자신의 작품을 고르고 있다

▲ 배 작가가 ‘더 프레임’에 띄울 자신의 작품을 고르고 있다

배 작가는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스튜디오 직원들이 모여 토론을 했어요. 대표성을 가지면서도 모두가 좋아할 만한 작품이 무엇일까 고민했죠”라며 8점의 작품 선정 과정을 전했다.

이렇게 고른 작품은 소나무와 종묘 시리즈. ‘사진작가 배병우’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대표작들이다. ‘종묘’는 우리나라의 옛 건축을 제대로 기록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삼성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1998년부터 지속적으로 촬영해 온 작품이다. “제대로 기록해야 할 문화유산임에도 불구하고 반세기 이상 기록 없이 보냈어요. 작업을 진행하면서 사진작가로서 반성하는 마음도 컸습니다”. 제대로 된 역사의 기록을 남기고 싶었던 배 작가는 2년간 종묘를 오가며 그곳의 사계절을 꾹꾹 눌러 담았다.

 배 작가가 촬영한 비 오는 창덕궁 비원의 모습

▲ 배 작가가 촬영한 비 오는 창덕궁 비원의 모습

‘더 프레임’으로 원작의 감동을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했던 배 작가는 디지털 최적화 작업에도 동행했다.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는 최적의 화질과 톤은 사진을 촬영한 작가가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그는 “미묘한 입자들이 합쳐져서 전체적인 느낌을 풍기는 것이기 때문에 디지털화 작업까지 세밀하게 들여다 봤죠. ‘더 프레임’에 옮겨 놓으니 색이 훨씬 살아나는 것 같아요. 창덕궁의 비원을 찍은 사진 중에서 자세히 봐야 겨우 빗방울이 보이는 작품<위 사진>이 있는데, ‘더 프레임’에 옮겨 놓으니 훨씬 더 잘 보이네요”라며 디지털 작업 이후 감상을 밝혔다.

예술이 일상이 되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만남

배 작가가 평소 쓰던 카메라를 작동시키기 위해 만져보고 있다

이번 협업의 색다른 의미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결합. 배 작가는 사진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아날로그 필름을 고집하고 있다. 노출부터 현상까지 모든 것이 완벽해야 하는 ‘예민한’ 작업 자체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핵심이라는 설명. 배 작가는 “필름의 ‘맛’은 디지털과 또 달라요. 작가가 미리 모든 것을 계산하고, 구상한 뒤 촬영을 해야 완벽하게 구현돼요. 모든 톤이 살아 움직여야 사진이 완성됩니다”라며 필름 인화 방식의 매력을 전했다.

그렇다고 ‘디지털’을 향한 시야가 닫힌 건 아니다. 그는 자신을 “아날로그지만, 디지털의 덕을 보고 있는 작가”라고 표현했다. ‘더 프레임’과 협업이 대표적이다. “평소에 시를 좋아하는데 ’더 프레임’에 띄워진 제 사진을 보니 ‘풀잎’이라는 시가 자연스레 떠오르더라고요. 시집이 되어, 미술관이 되어 일상으로 들어온 예술, 디지털이 아니면 가능했을까요”라며 무한하게 확장할 수 있는 디지털의 속성을 짚었다.

천천히 확실하게, 작품이 아닌 좋은 사진을 위해 

환하게 웃고 있는 배병우 작가

올해로 67세. 스스로 “즐거운 인생”이라 말하는 “내게 ‘소나무’가 있듯, 모두가 자신에게 특별한 무언가를 끊임없이 만들어야 한다”고 제2 배병우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했다.

“’천천히 확실하게’라는 말이 있어요. 카메라 렌즈 분야에 독보적인 독일 사람들의 옛말이죠. 사진을 찍고 나서 기술에 의존해 다듬을 생각을 하기 전에, 하나를 찍더라도 제대로 찍는 게 중요해요. 작품을 찍으려 하지 말고, 좋은 사진을 찍으세요. 좋은 사진이 곧 작품이 됩니다.”

그에게 먼 훗날의 계획이 있다면 배병우표 인물 사진을 찍는 일이다. 아직 ‘찍고 싶은’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 선뜻 작업할 수 없었다는 그는 “자연을 찍으며 산수화를 재현했듯, 인물 사진을 접하며 초상화를 재현하고 싶어요”라는 바람을 전했다. “서양과 달리 선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우리나라의 초상화를 사진으로 표현하고 싶어요.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그 느낌을 언젠가는 살려보고 싶어요”라며 다음의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 배 작가가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는 카메라 장비들. 오랜 세월의 손때가 묻어 있다

▲ 배 작가가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는 카메라 장비들. 오랜 세월의 손때가 묻어 있다

그는 ‘붓 대신 사진으로 산수화를 그리는 예술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2016년 사진작가로 처음 ‘이중섭 미술상’을 받았다. “빛을 운용해서 화면에 담는 건 사진이나 그림이나 모두 같아요. 예술의 영역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죠”라는 그의 말처럼, 공간을 초월해 ‘더 프레임’ 속에 새롭게 구현한 배 작가의 또 다른 예술세계가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더 프레임’은  TV 시청하지 않을 때 사진이나 예술작품의 액자(프레임)처럼 활용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라이프스타일 TV. 주변 환경이나 조명까지 고려해 실제 작품을 감상하는 느낌을 주는 ‘아트모드’가 특징이다.  ‘아트모드’ 삼성컬렉션, 나의컬렉션, 아트스토어로 구성되며 삼성컬렉션에서 100여개 작품, 유료인  아트스토어에서 600여개 작품을 제공하고 있다. ‘더 프레임’에 인터넷을 연결해 쓰는 사용자의 76%는  ‘아트모드’를 즐겨 이용하고, 이들의 일 평균 사용시간은 5.5시간이다. 아트스토어 가입 유지율은  약 80%로, 주요 음악∙영화 서비스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자료출처 : 삼성 뉴스룸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