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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카 트럼프 미국 백악관 선임고문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장에 함께 들어서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그것을 드라마틱하게 보도한다면 ‘퓰리처상’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R사 K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4일(이하 현지시간) 전화하면서 평창올림픽기간 동안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그 뒤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위한 남북대화가 일사천리로 진행되지 않았는가”(B사 B기자)

2018년 무술년 새해 벽두부터 숨가쁘게 달려 온 남북대화. 서울과 판문점 평창 강릉 그 현장을 취재하는 서울 주재 외신기자들은 다소 흥분된 모습이었다. ‘이방카와 김여정의 만남’ 같은 즐거운 상상을 하기도 하고, 한반도 정세의 변화를 분석하면서 결정적인 ‘전환점’ 또는 ‘변곡점’을 찾기도 한다. 외신 기자들의 이같은 취재 분위기는 각국에 퍼지는 국제뉴스에 반영된다.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의사를 내비친 북한 김정은의 신년사(1월1일)가 남북고위급회담(1월9일)까지 이어지자 외신들은 ‘우려’보다는 ‘기대’에 비중을 두는 반응을 보였다. 서구 언론은 남북회담 과정을 ‘북핵 위기의 해빙신호(미국 NYT 1.2)’ ‘남북한 핫라인 재개, 잠정적인 긴장완화 신호(미국 WSJ 1.4)’ ‘긴장완화의 기미(프랑스 르몽드 1.10)’라고 해석했다. ‘외교적 돌파구(영국 FT 1.11)’ ‘대북 레토릭 선회의 실마리(미국 CNN 1.11)’ ‘중대한 반전(미국 ABC 1.11)’이라는 표현도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핵개발 시간벌기용’(1.3)이라는 분석을 제기했고,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큰 진전은 기대하지 말 것’(1.11)라며 우려섞인 보도를 내놓았지만 대부분 서구 언론은 ‘기대’에 방점을 찍었다.

뉴욕타임스(NYT) 1월4일자 10면에 실린 사설 ‘긴장 수위 낮추는 남북한’.
뉴욕타임스(NYT) 1월4일자 10면에 실린 사설 ‘긴장 수위 낮추는 남북한’.

뉴욕타임스(NYT)가 1월4일자 ‘긴장 수위 낮추는 남북한’이라는 제목으로 실은 사설은 주목할 만하다. NYT는 “현명한 대화를 이어나가려는 어른과 같이,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거의 지난 2년간 중단됐던 남북 직접 대화 재개를 시도했다”며 문 대통령의 꾸준한 남북대화 노력을 높게 평가했다. 이에 앞서 영국 주간지 모노클(Monocle)은 신년호에 ‘평창올림픽에 걸린 것은 메달 그 이상’이라는 제목으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인터뷰를 실으면서 평화를 향한 그의 열망을 소개했다.

중국 언론들은 남북 대화를 ‘환영’했다. ‘한반도 쌍중단(북한 핵·미사일도발과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 첫 출현’(환구시보) ‘해빙의 조짐’(인민일보 1.10) ‘사실상 쌍중단과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추진)의 실현(인민일보 1.11)’이라는 제목이 눈에 띈다. 신화통신도 지난 4일 “한반도가 ‘엄동설한’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한다”며 “대화 시작 자체가 한반도 평화실현의 첫 걸음”이라고 호평했다. 중국 정부가 꾸준히 주장해 온 쌍중단과 쌍궤병행이라는 프레임으로 분석한 것이다.

일본 언론은 다소 신중한 반응이었다. 아사히신문은 5일자 사설을 통해 “한국은 주변국들의 지원없이 안정적 해결책은 없음을 잊지 말고, 특히 미일과 정보교환을 긴밀히 하며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마이니치신문 역시 5일자 사설에서 “북한의 의도를 냉철하게 파악하고 미일과 긴밀히 협의해 대화에 임할 필요가 있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서구언론 ‘기대반 우려반’ vs 중국 ‘환영’ vs 일본 ‘신중’

남북대화가 초고속으로 진전되자 외신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차례 전화통화(1월4,10일)에서 한반도 정세의 ‘전환점’을 찾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4일 통화에서 “한국의 입장을 100% 이해하며 가족을 포함한 평창올림픽 대표단을 보내겠다”고 하자 특파원들은 남북대화를 넘어 북미대화 가능성까지 점쳤다.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이방카와 김여정의 만남까지 상상했다. 미국 CNN은 “이방카 트럼프와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만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것이 북미대화의 시작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우리는 갖고 있다”는 최문순 강원 지사 인터뷰를 9일 내보냈다. 
 
“이방카 역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단에 합류할 것으로 기대된다”(미국 폭스뉴스 1.10) “평창동계올림픽에 누가 북한을 대표할 것인가.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냐, 북한의 서열 2위 최룡해냐”(미국 블룸버그 1.17)라는 기사도 잇따랐다. 이방카와 김여정의 방한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북미회담 계획이 아직 없다는 미국 국무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장과 올림픽 성화대.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장과 올림픽 성화대.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올들어 두 번째 통화(1월10일)는 남북대화가 북미대화 가능성까지 이어지는 큰 전기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적절한 시기 적절한 상황에서 미국과 북한간 회담을 여는 것에 대해 개방적인 자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미국 ABC방송은 이를 ‘중대한 반전’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첫해 북한에 취했던 적대적 수사에 대한 중대한 반전으로, 아시아의 불량국가와 외교적 협상을 할 의지를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시사했다”고 이 방송은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도 “북한에게 거는 높은 기대는 금메달에 국한되지 않는다(1.11)는 기대를 기사에 담아냈다. 이러한 움직임은 북한의 6차 핵실험과 20차례 이상의 미사일 발사로 이어진 격동의 2017년과는 크게 대조를 이루는 것(미국 디플로매트, 1월13일자)이다.

중국 언론은 북미 양국의 2인자인 마이크 펜스-최룡해 회담이 평창에서 성사될 것으로 전망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1.14)는 “평창올림픽은 북미 양국 모두에게 북핵 위기를 완화하는 큰 기회가 될 것”이라며 “더 나아가 평창올림픽에서 북한 한국 미국 등 3자가 회담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관영 중앙방송(CC TV) 역시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고위관료를 대표단으로 파견한다면 미국 등 북핵 문제 당사국들과 회동해 관련 논의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미 대통령 두 차례 통화…남북대화 그 이후, 올림픽 그 이상

평창올림픽 남북한 동시입장과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한 단일팀 구성이 최종확정된 스위스 로잔회의(1월20일) 이후 한국내 부정적 기류를 보도하는 외신도 나왔다. 홍콩 신보는 23일 “북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공연 후보지인 서울을 시찰하던중 김정은 사진을 불태우는 시위대와 마주쳤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4월25일이었던 군창건일을 평창올림픽 개막식 전날인 2월8일로 옮겼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같은 날 전했다. 미국 NYT도 새로 바뀐 건군절에 대규모 열병식이 있을 것이라는 소식을 보도했다.

NYT는 ‘올림픽 공동입장·단일팀, 달갑지 않은 한국인들(1.29)’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통일은 말할 것도 없고 남북 화해에도 큰 관심이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젊은 세대들은 자신들이 직면한 실업문제와 잘 살 수 있느냐는 문제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마디로 한국인들의 ‘평화 감수성(폭력과 차별을 반대하고 평화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몸소 인식하고 느끼는 감각)’이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평화불감증’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듯하다.

한국의 젊은 세대와 달리 국제기구와 국제언론은 남북교류와 한반도의 평화를 매우 민감하고 의미있는 사안으로 바라본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5일 한미클럽 오찬간담회에서 “남북한 단일팀 구성은 잘한 일”이라며 “사무총장 재임기간 ‘스포츠를 통한 세계 평화’라는 모토를 명문화했다”고 설명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지난 20일 남북 단일팀 출전을 확정 발표하면서 “남북한 뿐 아니라 전세계에 감격스러운 순간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아래와 같이 ‘공동의 빛’이라는 평창올림픽의 지향점을 제시했다.

“치명적 충돌 가능성이 있는 국가들은 스포츠나 공동연구 등 평화적인 쪽으로 관심을 돌린다. 불신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해관계를 공유하면 공동의 이익을 분명하게 할 수 있게 되고, 보편적 가치에 관한 합의에 이르는 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중략)…그러한 생각의 전환은 1970년대 중국과 미국의 ‘핑퐁 외교’, 2차 세계대전 후 독일과 프랑스의 상호 무역조약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평화는 민족적 정체성이나 문화적 차이의 변화를 통해 조용히 올 수 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어두운 길을 벗어나 ‘공동의 빛’을 찾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1월9일자 사설 ‘북한의 올림픽 도전’중에서)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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