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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제품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Samsung Innovation Museum, 이하 ‘S/I/M’)엔 진귀한 물건이 많습니다. ‘저런 제품이 있었나’ 싶을 만큼 까마득한 옛 제품에서부터 보자마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제품까지 종류도 다양하죠. 이 같은 사료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건 다름아닌 ‘기증’입니다. 옛날 물건을 기증하는 건 곧 거기 담긴 ‘이야기’를 통째로 전달하는 것과 같은 일일 테니까요. 삼성전자 뉴스룸은 5회에 걸쳐 S/I/M에 소중한 물건을 기증해준 분들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세번째 주인공은 최근 임직원 대상으로 개최한 사료 기증 캠페인에 기꺼이 참가해주신 분들입니다. ‘삼성 최초 퍼스널 컴퓨터’ 기증자 박성범 무선사업부 책임과 ‘제2회 삼퍼스컴 소프트웨어 공모전 소스코드’ 기증자 유창웅 무선사업부 차장, 삼성전자 역사가 담긴 급여명세서 등 다양한 자료를 기증한 김병진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수석이 그 주인공인데요. 세 사람의 이야기,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레바논 시인 칼릴 지브란은 “추억은 일종의 만남”이란 말을, 역사학자 E. H. 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란 말을 각각 남겼습니다. 옛 추억과 역사를 돌아보고 세대 간 소통이 이뤄지는 곳 중 박물관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수원에 위치한 S/I/M 역시 많은 이의 추억과 얘깃거리가 깃든 공간으로 사랑 받고 있죠.

이곳에선 개발자들의 땀과 노력이 깃든 역사 속 전자제품을 통해 우리가 살지 못했던 시대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데요. 평소 꾸준한 기증을 통해 확보된 사료도 많지만 관람객들에게 더 풍부한 관람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9월 한 달간 삼성전자 임직원을 대상으로 사료 기증 캠페인이 열렸습니다. 이 기간 중 많은 분이 자신의 소중한 추억을 선물해주셨는데요. 그중 특별한 사연을 지닌 분들을 직접 찾아갔습니다.

 

삼성 최초 PC, SPC-1000을 소개합니다

%ed%81%ac%ea%b8%b0%eb%b3%80%ed%99%982_20160926_214255 ▲SPC-1000 사용설명서. 역시 박성범 책임이 PC와 함께 기증한 겁니다

퍼스널 컴퓨터(Personal Computer, 이하 'PC') SPC-1000이 개발되기까지 참 다양한 이야기와 역사가 있었습니다. 1980년대엔 각 학교에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는 교육용 컴퓨터를 보급하기 위해 내로라하는 국내 기업들이 참여했는데요. PC 개발을 위해 불꽃 튀는 경쟁이 일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개발사 중 가장 먼저 자체적으로 컴퓨터 개발에 성공한 건 삼성전자였는데요. 1982년 12월 최초로 8비트 퍼스널 컴퓨터인 SPC-1000 개발에 성공한 거죠. SPC-1000은 개인 컴퓨터 대중화 시대의 막을 연 제품으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당시 SPC-1000에 대한 관심은 정말 뜨거웠는데요. 개발 직후 국제무역박람회에 전시돼 있던 기기를 도난 당하는 소동이 벌어졌을 정도입니다.

박성범 책임은 이처럼 우리나라의 컴퓨터 개발의 역사가 담긴 중요한 사료를 선뜻 내줬는데요. SPC-1000 기종 중 하나인 SPC-1000A를 기증한 그는 “SPC-1000A 외에도 이전에 사용했던 PC들은 거의 그대로 보관하고 있는데 ‘창고 구석에 방치하기보다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에 전시되면 더 좋겠다’는 생각에 기증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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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고교 시절 전산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이 PC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16비트 컴퓨터로 교체하던 때 그는 꿋꿋이 SPC-1000A를 사용했고 전시회에도 참가했습니다. 이때 SPC-1000A와 함께 재미로 배웠던 프로그래밍 베이직 언어와 기본 알고리즘은 이후 대학 전공(전산학) 선택과 삼성전자 취업에 이르기까지 큰 밑거름이 됐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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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향후 기회가 된다면 다양한 사료를 추가로 기증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박 책임은 “현재 갤럭시 S를 시작으로 갤럭시 노트2, 갤럭시 알파 등 갤럭시 스마트폰을 대부분 보유하고 있다”며 “10년, 20년 후 가치가 오르고 또 한 번의 기회가 된다면 추억을 기리며 다시 즐거운 마음으로 기증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개발자에게 직접 얻은 특별한 소스코드가 귀중한 사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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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범 책임과 비슷한 이유로 제품 카탈로그와 소스코드를 기증한 유창웅<위 사진> 차장도 있습니다. 바로 SPC-1000의 IOCS 소스코드와 해당 제품 관련 카탈로그인데요. 현재 삼성전자 유관 부서에도 남아있지 않은 귀중한 자료를 흔쾌히 기증했습니다.

유 차장에게 사료 기증 이유를 묻자 “태어나서 처음 봤던 컴퓨터가 SPC-1000인데, 좋은 인연을 맺어 학교도 전산과를 졸업하게 됐고 삼성전자에서도 일을 하게 도움을 준 녀석”이라며 “여러모로 의미 있는 자료라서 보관하고 있었다가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보내줄 시간이 온 것 같아 꺼냈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추억을 공유하고 싶은 그의 마음, 여러분도 느껴지시나요?

유 차장이 이 자료를 손에 쥐게 된 사연도 무척 흥미롭습니다. 그는 과거 SPC-1000을 통해 BASIC이란 컴퓨터 언어를 처음 배웠는데요. 똑같은 것을 SPC-1000용 스프레드 시트인 ‘HuCalc’를 보면서 기계어로 만들면 수십 배 빠른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아직 관련 지식이 부족했던 그는 공부하는 데 어려움을 느껴 SPC-1000 개발실에 무작정 찾아갔다고 하는데요. 개발자에게 “여러 차례 간곡하게 부탁한 끝에 어렵게 얻은 자료”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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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스코드는 컴퓨터를 처음 배울 때 자료가 마땅치 않았던 그에겐 “당시 프로그래밍을 배울 수 있는 그야말로 최고의 자료”였다고 하는데요. 덕분에 ‘제 2회 삼성 퍼스컴 소프트웨어 공모전’을 참가해 입상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후 모 기업에서 그래픽카드 관련 업무를 할 때나 1995년 삼성전자 입사 후 컴퓨터 관련된 업무를 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new__dsc1623 ▲SPC-1000 IOCS 소스코드 인쇄 복사본

그가 건네준 소스코드는 인쇄 복사본은 훼손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깔끔하게 코팅돼 있었습니다. 최근 인쇄된 것처럼 깨끗한 표지와 복사본을 보니 그동안 얼마나 소중히 간직해왔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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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명세서부터 기념 사진까지… 옛 추억이 고스란히

마지막으로 만나볼 기증자는 삼성전자 입사 후부터 꾸준히 수집한 급여명세서, 기념품, 사진 등을 비롯해 270개에 이르는 사료를 기증한 김병진 수석입니다. 그가 내놓은 어마어마한 양의 소장품을 보니 그는 평소 모든 자료나 물건을 잘 정리하고 소중히 관리하는 듯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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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물건들을 잘 버리지 않는 습관 때문에 하나 둘씩 쌓여서 자연스럽게 비슷한 것끼리 모인 것 같다”며 “모아서 보관하다보니 어느새 내게 소중한 물건들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사료들을 “집에 방치해 놓으면 별다른 의미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기증을 결심하게 됐다고 하는데요. 김 수석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물건들은 이제 S/I/M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사료로서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이렇듯 그 시절엔 별 것 아닌 듯했던 기록·사진·자료·물건이 지금 와서 보면 참 특별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평범한 물건이 김 수석에게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어줄 수 있었던 건 분명 물건들을 대할 때의 그의 태도가 결코 평범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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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수석이 기증한 사료들은 삼성전자 입사 후 1985년 9월부터 1998년 3월까지 급여부터 연월차, 명절, 휴가, 상여금 등 약 250장의 급여 명세서, 1980년대에 개선 제안 보상으로 받은 신용 구입권과 회사와 관련된 오랜 자료들 등 종류도 가지각색이었습니다. 그 밖에도 1984년도에 받았던 삼성전자 미국공장의 준공을 기념하는 머그컵, 직접 개발에 참여해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명품 플러스원 TV출시기념으로 받은 주석 잔과 다양한 행사들을 기념하는 사진들까지 그야말로 그의 모든 추억들을 S/I/M에 전달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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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지나면서 환경과 사람은 변하지만 사진첩 속 습과 당시 흔적은 고스란히 남죠. 이런 흔적들을 들여다 볼 때면 천천히 그때의 일이 생각나 웃음이 지어지거나, 한편으로는 아련한 감정이 느껴지기도 하는가 봅니다.

그 역시도 처음 사료 증 공지를 보고 옛 자료를 정리하면서 ‘아, 이때 이런 일들이 있었지’ 하며 거의 추억을 회상하며 감상에 젖었다고 하는데요. 소장품을 사료 담당자에게 건네주면서 “아직도 회사를 오래 다녀야 하는데 그동안 모아온 소장품을 보내니 회사 생활을 정리한 기분”이라며 소장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담긴 농담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일과 미래에 대한 준비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지난날을 추억하는 여유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분명 소중한 추억들을 홀로 간직하는 것도 좋지만 기증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는 것도 또 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볼 때처럼 우리나라의 전자제품의 생생한 역사를 보고 싶다면 S/I/M을 방문해보세요!



자료출처 : 삼성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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