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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IT 분야에선 구글∙아마존∙애플∙페이스북∙우버∙에어비앤비 등이 각자의 영역에서 차별화된 플랫폼을 앞세워 시장의 강자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비단 IT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수많은 기업이 플랫폼의 중요성에 주목, 관련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다면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엔 어떤 플랫폼이 있고 자율주행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기반 기술’로서의 플랫폼, 자율주행차 분야서도 각광
플랫폼(platform)은 본래 기차역의 승강장 구조물을 의미하는 말로, 기차를 쉽게 타고 내릴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요즘은 그 의미가 확대돼 여러 산업 분야에 두루 쓰이고 있다. 예를 들어 IT 분야에선 안드로이드(Android)와 윈도우(Windows), 맥(Mac) OS 등의 컴퓨터 운영체제를 플랫폼이라 한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대표적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고 인공지능 플랫폼엔 △알렉사(Alexa·아마존) △구글 어시스턴트(Assistant·구글) △시리(Siri·애플) △빅스비(Bixby·삼성전자) 등이 있다. 플랫폼이란 용어는 자동차 제조 공정에도 등장한다. 한 예로 기아자동차의 K5와 현대자동차의 소나타는 같은 플랫폼을 공유한다.
이때 플랫폼이란 구체적으로 뭘 의미할까? 분야별로 달리 사용돼 통일시키긴 어렵지만 굳이 정의한다면 ‘새로운 기술·프로그램·프로세스·서비스가 발전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이나 네트워크, 또는 생태계’라 할 수 있겠다.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자의 효율적 기술 개발과 사용자의 원활한 접근을 위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도 다양한 플랫폼이 제시되고 있다. 플랫폼을 선점해야 미래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간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오늘은 자율주행 자동차 플랫폼을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컴퓨팅 △통신 △지도·서비스 등 세부 분야로 분류하고 각 플랫폼의 특징을 알아보겠다.
하드웨어 플랫폼_탑승자 요구에 맞춰 진화해나갈 것
자율주행 자동차의 하드웨어 플랫폼은 크게 차체와 센서로 구성된다. 차체는 승객 탑승을 위한 공간과 조향(操向), 가속·감속에 필요한 드라이브바이와이어(drive by wire)[1]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소프트웨어는 드라이브바이와이어 시스템을 통해 하드웨어와 독립적으로 조향과 가·감속을 신호 명령으로 제어한다.
승객 관점에서 차체는 두 가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첫 번째는 운전대와 액셀러레이터, 브레이크 페달 없이 승객의 탑승만을 고려한 차체다.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 웨이모(Waymo)와 나브야(Navya)[2]의 자율주행 버스는 운전자 개입이 없는 완전 자율주행을 지향하며 자율주행 차체를 개발하고 있다. 두 번째 방향은 운전대와 가·감속 페달을 유지하는 정도의 운전자 개입을 고려한 자율주행 차체다. 자동차 회사들은 이미 안전한 차체를 효율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과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동차 구조의 점진적 변경을 통해 운전자를 고려한 자율주행 차체를 제공할 수 있다.
둘 중 어느 한 가지만 옳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자율주행 기술 발전 △안전성 △내구성 △가격 △사회적 인식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소비자가 요구하는 방향을 자율주행 차체 플랫폼이 수렴할 것이라 생각한다.
자율주행 센서 플랫폼은 △외부 환경 인식 센서 △차량 움직임 감지 센서 △운전자 행동 감지 센서 등 자율주행을 위한 차량 내·외부 정보를 측정하는 센서들의 집합을 의미한다. 한 종류의 센서만으론 다양한 도로 상황에 대응하기 힘들기 때문에 다양한 센서의 조합이 필요하다. 쉬운 예로 움직이는 주변 물체를 인식하기 위한 카메라와 라이더(lidar)의 조합을 들 수 있다. 카메라는 비전(vision) 기술을 통해 물체 종류는 잘 분류해내지만 정확한 운동 정보를 측정하는 덴 한계가 있다. 이와 반대로 라이더는 움직이는 물체의 운동 정보와 위치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지만 그 물체가 어떤 건지 분류하긴 힘들다. 카메라와 라이더를 통합하는 센서 플랫폼이 있다면 두 센서의 정보 융합을 통해 물체의 운동 정보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동시에 그 물체가 어떤 종류인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소프트웨어 플랫폼_‘개방형’ 체제가 시장 생태계 혁신
초기 휴대전화는 제조업체·모델·구성부품 등 하드웨어의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른 소프트웨어로 작동됐다. 하지만 사용자가 요구하는 기능이 다양해지고 소프트웨어가 복잡해지면서 안드로이드와 같은 운영체제 플랫폼이 적용되고 있다. 이 플랫폼을 통해 개발자들은 (하드웨어에 구애 받지 않고) 독립적이며 재사용이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개발할 수 있고 앱스토어를 통해 이를 판매할 수도 있게 됐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소프트웨어도 이와 비슷한 흐름을 따를 것으로 예측된다. 초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는 차체와 센서 특성, 자율주행의 목적에 따라 그 구조가 달랐다. 하지만 요구사항과 기능이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면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공유를 위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하드웨어 플랫폼이 안정화되면서 하드웨어 독립적인 소프트웨어 플랫폼 실현 가능성 또한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 IT 기업 바이두(Baidu)는 아폴로(Apollo)라는 개방형 자율주행 플랫폼을 공개했다. 아폴로는 개발자가 자기 분야의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양한 하드웨어 인터페이스와 HMI(Human Machine Interface)[3]를 제공한다. 자율주행 기본 소프트웨어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자율주행 관련 소프트웨어를 처음부터 개발할 필요가 없다. 만약 자율주행 개발자가 자신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이 플랫폼에서 개발했다면 개발된 소프트웨어는 같은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다른 자율주행 자동차에 다시 사용될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 구글 안드로이드가 공개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듯 자율주행 자동차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은 새로운 소프트웨어 시장 생태계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컴퓨팅 플랫폼_자율주행 인공지능 ‘실시간 작동’ 기능
실시간 시스템(real-time system)이란 어떤 작업에 대한 요청이 있을 때 이를 제한된 시간 안에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즉 작업 요청·연산·응답 등 일련의 과정에 시간 제약이 존재하는 시스템이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안전을 위해 실시간으로 작동돼야 한다. 만약 자율주행 컴퓨터가 제한된 시간 내에 안전 운행을 위한 인지·판단·제어·연산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면 이는 곧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실시간 자율주행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컴퓨팅 플랫폼(computing platform)이다. 이 플랫폼은 제한된 시간 내에 복잡한 자율주행 인공지능을 실시간으로 작동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여러 기업이 앞다퉈 자율주행에 특화된 컴퓨팅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엔비디아(NVIDIA)[4]의 경우 그래픽 카드 병렬 처리 기술을 사용해 자율주행 컴퓨팅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에 더해 플랫폼에 특화된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인텔(Intel)도 모빌아이(Mobileye)[5]를 인수하고 자율주행 컴퓨팅 플랫폼과 그에 특화된 자율주행 인공지능을 제공하는 데 적극적이다. 그뿐 아니다.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Renesas Electronics)나 퀄컴(Qualcomm) 등 여러 반도체 기업에서 자율주행 컴퓨팅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통신∙지도 플랫폼_자율주행 판단∙제어에 반드시 필요
현존하는 차량 센서와 알고리즘으로 자율주행 환경을 인지하는 기술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 이 경우, 무선 통신의 도움을 받아 인지 정보를 보강할 수 있다. 또한 자율주행 자동차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처해 운행할 수 없게 될 땐 중앙 원격 조정 같은 기술이 필요하다. 이런 기능을 위해 웨이브(WAVE)[6]나 5G와 같은 첨단 무선 통신 플랫폼이 자율주행 자동차에 활발하게 적용될 예정이다. 이 무선 통신 기술을 이용해 차량 간, 차량과 인프라 간, 그리고 차량과 클라우드 간 자율주행을 위한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 자율주행을 위한 무선 통신은 대용량 센서 정보 공유가 가능해야 하며 초고속 실시간 데이터 전송과 데이터 신뢰성 보장 등의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글(“자율주행 자동차엔 ‘특별한 지도’가 필요하다?!”)에서 언급했듯 자율주행 자동차의 자율주행을 위해선 자율주행용 정밀 지도가 필요하다. 이 지도는 인지 시스템을 보완하는 ‘또 하나의 눈’이 돼 자율주행 판단·제어에 사용될 수 있다. 정밀지도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여러 차량의 인지 정보를 공유하면 공사(사고) 구간이나 차량 흐름 등 시시각각 변하는 살아있는 최신 정보를 유지할 수 있다. 정밀지도 플랫폼은 자율주행 관련 다양한 서비스의 기반으로 사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카카오 택시와 같은 콜택시 서비스, 빈 주차공간을 찾아주는 앱 등의 서비스를 위해서 지도 플랫폼은 필수다. 현재는 △히어(HERE∙독일) △톰톰(TomTom∙네덜란드) △젠린(Zenrin∙일본) △엠엔소프트(MnSoft∙한국) 등 수많은 초정밀 지도 관련 기업이 자율주행 지도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 협력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실현, 차량 공유 서비스 활황 이끌 것
자율주행 자동차가 실현되면 차량 공유 서비스가 가장 활발해질 전망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를 통해 사람들은 차를 소유하는 대신 필요할 때마다 호출해 사용할 것이다. 차량 공유 플랫폼 제공 업체는 자율주행 시스템 가격이 사람을 고용하는 것보다 낮으면 자율주행 공유 서비스를 통해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다. 우버나 리프트(Lyft) 등 오늘날 그 플랫폼의 주도권을 쥔 차량 공유 서비스 기업이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에 열을 올리는 건 그 때문이다. 그와 반대편에서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 중인 기업 역시 차량 공유 플랫폼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완전 자율주행이 실현된다면 운전할 필요가 없어지므로 탑승자에겐 자유 시간이 주어진다. 이 시간을 염두에 둔다면 차량 내 엔터테인먼트 기능이나 오피스 서비스 플랫폼도 발전 가능성이 큰 분야 중 하나다. 자율주행 시대가 도래한다면 소유 중심 자동차 산업 구조가 바뀌는 건 물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하고 새로운 자율주행 서비스가 출현할 것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운영체제나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이미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애플∙페이스북이 선점한 레드오션(red ocean)이다. 하지만 자율주행 자동차 플랫폼은 아직 기회가 있다. 여러 기업이 자신의 자율주행 플랫폼을 표준이라며 제시하지만 누가 승자가 될진 아무도 모른다. 누군가 승자가 돼 자율주행 플랫폼을 선도한다면 플랫폼 자체로도 매출을 올리겠지만 그 플랫폼을 바탕으로 개발한 자율주행 앱과 서비스로 보다 다양한 신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세계는 지금 기존 자동차 제조사와 글로벌 IT 기업(구글∙애플∙바이두∙엔비디아 등), 차량 공유 서비스 기업(우버∙리프트 등)이 전면에 나서서 치열한 자율주행 플랫폼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기업과 연구소도 이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관련 시장에 적극 대응해야 할 것이다.
[1] 자동차의 기계적 연결대를 전기적 연결대로 바꿔 자동차의 기본적 조작을 전자 제어에 따라 행하는 기술
[2] 프랑스의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생산 전문 회사
[3] 시각이나 청각과 관련한 인간의 아날로그적 인지 세계와 컴퓨터나 통신 등 디지털 기호를 처리하는 기계 세계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4] 컴퓨터용 그래픽 처리 장치와 멀티미디어 장치를 개발, 제조하는 미국 회사
[5] 1999년 설립된 이스라엘의 자율주행 자동차 관련 벤처 기업으로 2017년 인텔이 인수했다
[6] ‘Wireless Access in Vehicular Environments’의 약자. 자동차 환경에 맞도록 개발된 차세대 통신 기술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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